호른을 들고 있는 사나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호른 부수석으로 활동하면서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바 있는 전문 호르니스트, 필자가 수차례 평론가로 가서 보고 들은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호른을 불었던 그 연주자! 한예종, 경희대에서 후학들을 양성하였으며 현재는 이화여대에 출강중인 사람, 서울시향과 함께 전공자 대상의 무료 마스터 클래스를 기획하는 등의 음악 활동이외에 서울시 ‘먼 나라 이웃나라’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체코의 사회 문화를 소개한 바 있는 체코인, 바로 2021년 1월 4일부로 주한 체코 문
성용원의 음악살롱 19회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일련의 작곡가들과 작은 해프닝이 있었고 18회 음악살롱을 본 시청자 중 한 분이 댓글로 한국의 창작 현대음악에 대해 다루어주라는 요청도 있고 자넌 금요일(2월 21일)에 서울시향이 베를린 예술대상을 수상한 재독 작곡가 박영희 도 연주해서 겸사겸사 한국의 창작 현대음악에 대해 고찰해보았습니다.① 첫 번째 주제: 한국에서 클래식이란????② 두 번째 주제: 음악대학 작곡가 지망생의 3부류음악이 좋아서, 작곡하고 싶어 음악대학에 진학했는데 겪게 되는 3가지 생생
작곡가 박영희가 독일에 온 지 24년 후인 53세 때 쓴 은 문병란 시인의 '땅의 연기',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인 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전북 지방의 방언으로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한다는 뜻의 "기룬" 님을 찾아가는 길은 해탈일까? 님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아귀다툼하는 속세를 추월하여 구세주를 만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 곱든, 기루었든 제목은 순우리말로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어감이지만 음악은 그러지 않다. 박영희나 한용운이나 전북 출신도 아닌데 생소한
6년 주기로 음악 부분에 수여되는 독일 예술원(Akademie der Künste)이 시상하는 2020 베를린 예술대상(Großer Kunstpreis Berlin) 수상자 박영희 작품이 서울시향에 의해 연주된다. 이제 국내 음악 애호가들도 그녀가 어떤 작곡가인지 실연으로 들어볼 수 있다. 영화 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분의 오스카상을 휩쓸어 지금 국내에서도 봉준호, 기생충 다시 보기 열풍이 분 것처럼 이번 서울시향의 박영희 작품 을 듣고 음악적 취향 여부를 차치하고 활발한 담론과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가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Wesendonck Lieder)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행운이다. 지난 9월, 베이스 사무엘 윤과 서울시향이 펼친 바그너 <파르지팔> 공연은 올해 들은 서울시향 연주회 중 Top 3안에 들어가는 감동이었다. 연주의 퀄리티를 논하기 전에 바그너 음악의 숭고한 카타르시스는 모든걸 초월해 아직도 깊게 여운이 남아 있을 정도다. 그런 바그너라는 작곡가의 <베젠동크 가곡집>과 함께 슈만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까지 하는 음악회라니..... 도대체 누구지? 누가 이런 학구적이면서도 독일 가곡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줄 음악회를 무모(?) 하게 한국에서 하는거지라는 강한 호기심과 함께 설레는 마음이다. 꼭 가서 들어보기 위해 벼르고 있다. 12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 홀에서의 테너 손형빈 리사이틀이 그날이다. 문자 그대로 가곡 발표회, 즉 리더 아벤트(Liederabend)다.12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마리아 칼라스 홀에서 열리는 테너 손형빈 독창회서울장신대 교회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그랜드 오페라단 단원을 역임한 테너 손형빈은 현재 화성필 코러스 단원이자 앙상블 스케르초 운영을 하고 있는 가수이다. 경희대 피아노과를 졸업한 백동현의 반주로 바그너의 <베젠통크 가곡집>이 이번 음악회의 1부를 장식한다. 예술가들의 변덕과 기질, 세속의 도덕적 잣대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방탕과 문란, 인륜을 저버리는 행동들, 비열하고 은혜를 원수로 노 갚은 철천지한의 금수만도 못한 인물을 일삼는 예술가 중에서도 바그너는 인간 말종이다. 돈도 없으면서 사치를 일삼았으며 사람들이 바그너의 예술에 대한 찬미로 꿔주고 후원해주는 돈을 방탕하게 유흥비로 탕진했다. 그러고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갚지도 않았으며 자신은 천재 예술가이므로 평범한 사람들이 그 정도는 예술가에 대한 예우로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여겼다. (부러울 정도의 넘사벽이다) 베젠통크 가곡집의 원제는 <마틸데 베전통크의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집>이다. 마틸데(Mathilde)? 여자 이름이다. 바그너의 스위스 도피 시절 베젠통크는 자신의 집 근처에 바그너 부부를 위한 저택을 마련해주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의 아내인 마틸데와 바그너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바그너의 역작 <트리스탄 이졸데>의 헌정자가 누군지 아는가? 바로 마틸데 베젠통크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그너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였는지 베젠통크 가곡집은 격정적인 감정의 분출이 아닌 고뇌와 번민이 짙게 베어져 있다. <트리스탄 이졸데>의 3막 전주곡과 2막의 '사랑의 2중창'이 <베젠동크 가곡집>의 3번과 4번 노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유 불문하고 바그너는 은인의 아내를 빼앗고 또! 배은망덕을 저지른 패륜아이자 개차반이다.2부의 슈만 <시인과 사랑>은 불륜이 아닌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결정체이다. 1840년,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기 직전 독일 낭만파 시인의 거두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66편 중에서 16개를 골라 남긴 독일 낭만파 가곡의 최고봉이다. 삼촌의 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하이네의 심경은 클라라와의 사랑의 쟁취를 위한 엇비슷한 과정을 겪은 슈만의 체험에도 자극이 되었을 터, 총 16곡 중 1번부터 6번까지는 사랑의 기쁨이, 7부터 14번까지는 실연의 번민을 나머지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이 표현되어 있다. 피아노 반주의 획기적인 표현과 가능성의 극대화, 쿵짝짝이나 아르페지오의 단순한 반주형에서 벗어난 독자성, 시의 내용과 장면을 묘사하는데 보조적인 수단에서 초월한 피아노의 환상적이면서도 문학적 감성이 충만한 반주의 전형이다. 그윽하면서도 감미롭고 격조 높은 문학과 음악의 일체, 가곡이 지닌 참다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명작이 슈만의 <시인과 사랑>이다.그건 어디까지나 음악사적인 측면에서요 독일어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반 청중들 입장에선 3부가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될 터이다. 3부는 보너스다. 독일 가곡 프로그램으로만 끝나면 좋으련만 그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욕심이요, 귀한 발걸음을 해준 청중들에게 그들이 아는 노래를 들려줘야 하는 시간이 도래했다. 푸치니의 토스카 중 '별이 빛나건만', 레하르의 오페레타, 그리고 2곡의 '한국어'로 된 우리 가곡까지 3부는 그냥 앙코르로 여기겠다.
2019년 12월의 서울시향은 바쁘다. 이미 5 & 6일 이틀간 에마뉘엘 파위의 플루트로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에 엘리어트 카터의 플루트 협주곡까지 한국 초연하였고 차이코프스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들려준 서울시향이 연달아 토마스 아우스로르의 지휘와 데죄 란키의 피아노로 슈만 피아노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12월 12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들려준다.2019년 12월 12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슈만협주곡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독일 낭만파 음악의 거장이요 사제관계이다. 호사가들의 입에 계속 오르락거리는 슈만의 미망인 클라라 슈만과 평생 독신으로 산 덩치 크고 과묵한 북구 함부르크 남자 요하네스 브람스와의 플라토닉 밀월까지 이런 독일 낭만파 음악의 흐름 안에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적 업적과 성취가 계승된다. 거기에 조금 빗겨 나 있긴 하지만 멘델스존까지 가미해서 12월 12일의 서울시향 연주회는 화려하고 효과가 뛰어나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중하고 품위 있고 고뇌하는 인간의 진면목이 드러난 독일 낭만의 정수(Essence)이다.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기교를 과시하고 들어내려는 '비르투오소 협주곡'과는 다른 형태를 띤다. 1841년 작곡한 단 악장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이 이 곡의 원형이자 출발점이다. 협주곡이란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곡은 1악장 환상곡에 뿌리를 박고 2,3악장이 연달아 파생되었다 볼 수 있다. 크고 화려하고 입이 쫘악 벌어질 정도의 고난도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보이는 과시용 협주곡이 아니라 3악장 전체를 관통하는 슈만 특유의 시적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그래서 독창적이면서 가장 슈만 다운 작품이다. 그런 슈만의 열정과 환상이 만개하는 3악장은 환희의 분출이다. 특히나 리드미컬한 2주제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절묘하게 맞추기 어려운 부분으로 손꼽히며 리허설의 많은 시간을 이 부분에 할애하는 것도 여러 번 목도했다. 그래서 지휘자, 독주자,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유기적으로 깊은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니 테크닉이 아닌 조화와 감정, 공유라는 인간과 인간 간의 정서적 교류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특히나 필요한 곡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다.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비 내리는 함부르크의 늦가을, 중늙은이 브람스의 인간적인 고독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으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환멸까지 이어지는 염세적인 악풍이 느껴지는 곡이다. 브람스에게 있어서 효과나 자극보다 더 중요한 건 내용이었다. 낭만적인 악풍과 시대의 이야기를 고전적 양식에 담았고 그런 성향은 후기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데 작곡 시기 상 만년에 속한다 할 수 없는 이 4번 교향곡도 브람스가 쓴 마지막 교향곡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세 교회선법을 도입하고 이미 소멸했다 여긴 바로크 변주곡 양식의 파사칼리아를 사용하는 등 당대의 음악적 트렌드와는 맞지 않아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이 다 그렇듯 '시대의 부응'을 떠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관철하면서 자신의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면 외로워진다. 그리고 음악은 지극히 내적이 되면서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경지(Originality)와 자아(Identity)를 확보한 진정한 자기만의 예술이 된다. 그럼 그만큼 세상과는 괴리가 생기고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내면의 고독함이 여실히 드러난 곡이 브람스의 4번 교향곡이니 들을수록 슬프고 애절하다.서울시립교향악단, 사진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음악회는 음악회 성격을 압축한 기발한 작명으로 자극과 영감을 선사하고 감탄을 자아냈는데 이번 음악회는 그런 부제가 없어 이 기회에 필자가 니체의 철학 책 제목에서 인용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을 대신 붙여준다. 슈만이나 브람스는 동시대의 바그너나 선배인 베토벤 같은 거인, 빛나는 업적과 넘볼 수 없는 성취를 이룩한 초인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시대와 미래, 예술에 대해 고민한 작곡가이다. 그래서 이번 음악회는 슈만과 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 낭만주의의 절정이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의 산물임을 알 수 있는 시간이다.